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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발라먹기/수입산

우리 편하게 내일 이별해 -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4)




헤어지고 친구로 남기도 하지만 조제는 아니다

조제를 만날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오늘 무비텀블러에서 소개해드릴 영화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입니다.


영문제목Josee, the Tiger and the Fish
원제ジョゼと虎と魚たち
감독이누도 잇신
출연츠마부키 사토시이케와키 치즈루
제작사아스믹 에이스
배급사스폰지
제작국가일본
등급15세 관람가
상영시간116분
장르멜로·로맨스, 드라마
홈페이지http://www.jozee.co.kr/
개봉일2004-10-29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장애를 가진 여자 주인공 '조제'와 그녀에게 호기심 반, 동정 반으로 접근했다가 사랑을 느끼게 되는 남자 주인공 '츠네오'의 순도 100% 이별 영화입니다. 개봉 당시 츠네오는 '장애를 가진 조제를 가지고 놀다가 버렸다', '사랑 아닌 동정을 했을 뿐'이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었는데요. 저는 결코 이 영화가 동정으로 장애를 가진 여자에게 접근했다가 더 이상의 책임이 힘드니 떠나버린 남자의 이야기라고 생각되지 않네요. 


  본격적인 영화 이야기에 앞서 가수 윤종신의 '내일 할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윤종신 씨는 워낙 가사를 잘 쓰시기로도 유명하죠. 저는 윤종신 가사의 포인트는 감성의 공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수 김연우 씨의 '이별 택시'에 나오는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우는 손님이 처음인 가요'라는 가사와 같이 일상적인 상황에서 끓어나오는 감성은 공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하죠. 아마 윤종신 노래를 좋아하는 대부분의 청자들이 윤종신 노래의 포인트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부분은 단연 '가사'에 있지 않을까 해요. 오늘 저는 그의 노래 중에서도 '내일 할 일'이라는 노래에 대해 말해보고 싶습니다.  '내일 할 일' 가사를 보면 '내일은 괜찮아도 바로 다가오는 다음 날부터 단 하나의 준비 조차 없는데 그 날부터 난 뭘 해야 하는 건지'라는 부분이 나오는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꼭 츠네오의 이별을 한 줄로 표현한 것 같았어요.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서 츠네오의 이별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요. 츠네오는 그의 말대로 '담백하게' 이별합니다. 사강의 소설 <한 달 후 일 년 후>에 나온 것처럼 특별할 것 같았던 그들의 사랑조차 일 년이라는 유통기한이 지나자 끝을 내리게 되기 때문인데요. 사소한 다툼으로 조제에게 지쳐간다는 것을 느끼게 된 츠네오는 그녀와 몇 달을 더 같이 살게 되지만 결국 이별을 선택하게 됩니다. 영화 속에서는 이들이 어떤 말로 서로의 관계를 정리했는지 드러나지 않아요. 오히려 담담하게 신발끈을 매고, 마지막 인사를 주고 받은 후 집을 나서는 츠네오의 모습만 그려질 뿐입니다. 아마 여느 연인들이 이별을 선택할 때와 같이 그들에게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사소한 성격, 습관, 서로를 다치게 하는 버릇과 말투 등을 근거로 이들은 이별을 결정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츠네오는 자기가 도망친 것이라고 말하네요. 그리고 '헤어지고 친구로 남기도 하지만 조제는 아니다, 조제를 만날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다'라는 말이 나레이션으로 흘러나옴과 동시에 길을 걷다 문득 엉엉 우는 츠네오의 모습만 스크린에 남을 뿐입니다.


  츠네오가 조제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았다면 막상 닥친 이별 후에 무기력해진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담담히 나오며 좋은 경험이었다 여기는 듯 가벼운 발걸음을 보이는 그의 모습이 드러나지 않았을까요? 아마 그런 엔딩이었다면 저는 이 영화 테잎을 쭉 쭉 늘리고 싶었을 것 같네요. 하지만 츠네오의 이별은 진정하기 그지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내일 할 일'의 가사에서와 같이, 내일은 괜찮아도 바로 다가오는 다음 날부터 '단 하나의 준비조차 없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그의 이별입니다. 아마 그의 눈물은 '그 날부터 난 뭘 해야 하는 건지' 싶어 흐르는 눈물이 아닐까 싶네요. 하지만 조제의 이별은 다릅니다. 어딘가 공허해보이는 눈빛만이 남았을 뿐이지만 언젠가 수족관 컨셉의 여관에서 그녀가 말했던 것과 같이 '깊은 어둠에 다시 들어갔'어도 '그런 데로 살만' 하게 사는 모습이 보여지죠. 어쩌면 츠네오가 느꼈을지 모를 말미의 죄책감도 부정하고자 하는 장면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사랑은 예고없는 교통사고라고 하죠? 이별도 못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별까지 다다르는 과정에서 이별에 충분히 대비되었다고 생각하지만(일방적인 것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막상 닥쳐보면 이별만큼 갑작스럽고 두서없는 것이 없죠. 비단 사랑 뿐 아니라 우리의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생에서 우리가 던져놓고 도망쳐버린 많은 것들에 대한 쓰라림은 우리를 대항할 수 없게 합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이 점에서 오히려 우리에게 이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하는 것 같네요.




황주현

(missuever@nate.com)